광주 현장에서의 최대의 몹 신(mob scene) 촬영 등 제작 때부터 많은 화제를 뿌렸던 <꽃잎>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소녀가 있을 땐 학대하다가 마침내 사라져버리자 미쳐버리는 장의 모습이다. 소녀의 실성기의 정체를 알게 된 장의 그런 모습이 비극적 인식의 확산이자 공유가 되기 때문이다. 또 동료 인부들을 통해 광주를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장의 무지가 소녀의 비극적 아픔에 가닿고 끝내 미쳐버림은 장중한 비극미와 함께 울림이 있다. 장의 캐릭터는 광주 피해자에 대한 제3자의 무관심과 학대가 잘못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배경음으로 깔린 국악의 애잔한 선율이 분위기를 돋구었고, 전경의 군화발이 노동자의 영정을 짓밟는 장면이 삭제당한 <구로 아리랑>에 비하면 탱크진격과 공수부대원의 무차별 난타 장면 등이 흑백화면으로 재현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