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플린스(영어: fourth plinth, 네 번째 좌대[1])는 영국 런던 중심부의 트라팔가 광장 북서쪽 지점에 자리한 좌대 (플린스, 동상을 세우는 받침대)를 말한다. 원래는 윌리엄 4세의 기마상이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빈 자리가 되었다. 처음 설치된 이래 150년 넘게 이곳에 어떤 동상을 둘 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1995년 영국 왕립 예술상공업 진흥회 (RSA)는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의 인가를 받아 이 자리에 무엇을 올릴지에 관한 연구에 나섰고, 1998년 현대미술 조각품 3점을 일시 설치하여 전시한다는 계획에 따라 1999년~2001년까지 전시가 이루어졌다.[2] 이후 크리스 스미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장관이 유명 작가 존 머티머의 주도로 공공미술위원과 평론가, 대중위원을 대상으로 설치작품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다. 존 모티머의 최종 보고서는 특정 인물이나 소재를 영구 설치하는 것보다는 여러 작가의 임시 예술작품을 돌아가며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권고하였다.
2003년 트라팔가 광장의 소유권이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에서 런던 시장으로 이관되었다. 이후 런던 시장의 주도로 '포스 플린스 운영위원회' (Fourth Plinth Commission)이 출범하였으며 2005년부터 위원회측이 선정한 설치미술의 순환전시가 2년 주기로 이어지고 있다.
트라팔가 광장은 1805년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르 해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찰스 배리 경 (웨스트민스터궁 설계자)의 설계로 건설된 기념광장으로, 광장의 4개 모서리에는 좌대가 설치되었다. 남쪽의 두 좌대에는 헨리 헤이브로크와 찰스 제임스 내피어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다.
북쪽의 두 좌대는 기마상을 설치할 것을 감안하여 남쪽 좌대보다 더 크게 만들어져 있으며, 북동쪽 좌대에는 조지 4세 기마상이 설치되었다. 조지 4세 기마상의 왼편에 자리한 북서쪽 좌대, 네 번째 좌대는 1841년에 건설되었다. 이곳에는 윌리엄 4세의 기마상이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빈 자리로 남아버리고 남았다.[3]
1995년 영국 왕립 예술상공업 진흥회 (RSA)는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의 인가를 받아 이 자리에 무엇을 올릴지에 관한 여론조사에 착수하였다. 당시 전문가와 대중 사이에 거론된 후보로는 마거릿 대처 전 수상, 비틀스 멤버, 데이비드 베컴 등 실존인물은 물론, 곰돌이 푸, 복제양 돌리, 스틸레토 힐 (1960년대 영국 패션을 상징)까지 매우 다양했다.[2]
그러나 진흥회는 이 좌대에 특정 인물이나 대상이 아닌, "현대미술작품을 해마다 바꿔가며 올린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2] 1998년 진흥회는 카스 조각 재단 (Cass Sculpture Foundation)의 주최로 제작된 현대미술 조각 작품을 좌대 위에 해마다 번갈아 가며 설치하여 선보인다는 '포스 플린스 프로젝트' (Four Plinth Project)를 출범시켰다.
포스 플린스 프로젝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 3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사진 | 전시연도 | 작품설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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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 마크 월린저 | 에케 호모 Ecce Homo | |
제목은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요한복음 19장 5절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재판에서 디오 빌라도가 한 말로 알려진 말이다. 사타구니에 천옷을 두른 실물 크기의 남성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형상화했다. 양손은 등 뒤로 묶인 채, 철조망으로 만든 왕관 (면류관)을 쓴 모습이다. 기마상을 수용하기 위해 거대하게 제작된 좌대와는 대조적으로 몹시 작게 제작되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남성을 하찮게 보이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집이 작기에 시선을 강력하게 끌어들인다며, 인간의 과대망상을 나타낸 작품이라 해석했다.[4] | |||
2000년 | 빌 우드로 | 역사와 무관한 Regardless of History[5] | |
인간의 머리 위에 책과 나무뿌리가 올려져 있는 모습의 작품.[6] | |||
2001년 | 레이첼 화이트리드 | 기념물 Monument | |
터너상 수상작인 <집> (House)과 오스트리아 빈의 유덴플라츠 홀로코스트 기념관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작품.
좌대를 투명수지 조각으로 복제한 뒤 그것을 원본 위에 거꾸로 설치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 햇빛이 드리워지면 수지를 통해 굴절되어 주변부가 빛났으며 날씨에 따라 색상이 바뀌었다. |
이후 크리스 스미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장관이 유명 작가 존 머티머의 주도로 공공미술위원과 평론가, 대중위원을 소집해 본 프로젝트를 비롯한 영국 왕립 예술상공업 진흥회 (RSA)의 90년대 후반 사업을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다.
최종 보고서에서는 포스 플린스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국내외 작가들에게 제작을 의뢰하여 만든 예술작품을 연이어 전시하는 용도로서 좌대를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7]
포스 플린스 프로젝트가 2001년에 마무리되자 좌대는 다시 빈 자리로 남았다. 그해 취임한 켄 리빙스턴 시장은 진흥회의 프로젝트를 시 차원에서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고, 2003년에는 새로 출범한 그레이터런던 당국이 트라팔가 광장 전체의 관리권을 웨스트민스터 시의회 측으로부터 이관받았다.[8]
설치 프로젝트 재개와 운영, 선정 등의 용역을 위해, 런던시장실 문화팀 산하에 공공미술 전문가, 건축가, 언론가, 문화재 전문가, 각 미술관장 등으로 구성된 '포스 플린스 운영위원회' (The Fourth Plinth Commission)가 수집되었다. 위원회 측은 3년간의 준비 끝에 2005년부터 프로젝트를 재개하였다.[8]
2005년부터 현재까지 포스 플린스 운영위원회가 선정한 설치작품은 다음과 같다.
사진 | 전시 기간 | 작품설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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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 2005년 9월~2007년 | 마크 퀸 | 앨리슨 래퍼의 임신 Alison Lapper Pregnant |
영국 YBA 작가 마크 퀸의 작품으로,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한 앨리슨 래퍼의 토르소상이다. 규모는 높이 3.6m, 무게 13톤에 달한다.[3] 앨리슨 래퍼는 두 팔과 다리가 없는 해표지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영국 작가다.[9]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과 인간의 형상을 공개된 장소에서 탐구한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더 큰 규모로 선보였다. | |||
2007년 11월 7일~2009년 | 토마스 쉬테 | 호텔을 위한 모형 2007 Model for a Hotel 2007 | |
독일 작가 토마스 쉬테의 작품으로 21층짜리 건물을 5m x 4.5m x 5m 규모의 색유리 모형으로 축소 재현한 작품이다. 2004년 마크 퀸과 토마스 쉬테의 작품을 선정한 샌디 네언 국립 초상화 미술관장 및 포스 플린스 위원회 의장은 "색유리를 통한 빛의 놀이로 굉장히 감각적인 작품이 될 것... 빛과 광채의 조각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3] | |||
2009년 7월 6일~2009년 10월 14일 | 앤토니 곰리 | One & Other | |
조형물이 없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좌대를 연단으로 가정하고 100일간의 전시기간 동안 총 2,400명의 일반인을 선정해 한 시간씩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연단에 오른 사람은 무엇이든 가능했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무엇이든 소지하여 선보일 수 있었다. 프로젝트 참여 지원자는 전용 웹사이트 (www.oneandother.co.uk)를 통해 신청이 가능했으며, 선정 절차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소수민족에게 기회가 고루 돌아가도록 이루어졌다. 안전을 위해 연단 주변을 그물망으로 둘러쌌으며, 6명의 관리인원이 24시간 상주하여 참가자들이 방해꾼에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였다. 인터넷 생중계도 이루어졌으며, TV 채널 스카이 아츠가 후원하였다.[10][11] 작가 앤토니 곰리는 "오래된 군인, 귀족, 남성의 동상이 설치된 트라팔가 광장에 평범한 일상을 기념예술이 차지했던 지위로 끌어올린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의 다양성, 취약성,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남긴다. 사람들이 모여서 비범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을 벌이는 것이다. 비극적일 수도,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11] | |||
2010년 5월 24일~2012년 1월 | 잉카 쇼니바레 | 병 속에 담긴 넬슨 제독의 배 Nelson's Ship in a Bottle | |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작품으로, 허레이쇼 넬슨 제독의 전함이었던 HMS 빅토리가 화려한 서아프리카식 전통 문양으로 프린팅된 채, 길이 4.7m, 지름 2.8m의 거대한 유리병 속에 담겨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는 모습의 작품이다.[12] 그레이터런던 당국은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하려는 트라팔가 광장에 담긴 역사적 상징이 반영되어 있으며 넬슨 기념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영국 흑인 작가의 작품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13] 영국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린 이 작품은 2012년 철거 당시 한국인 수집가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작품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여론이 조성되었다.[14][15] 아트 펀드는 작가로부터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성금 캠페인에 나섰고,[14] 2012년 4월 성금 264,000파운드와 쇼니바레 전용 갤러리인 스티븐 프리드맨, 아트 펀드 측 지원금 50,000파운드가 모여 작품 매입이 이뤄졌다.[12] 현재 런던 그리니치의 국립해양박물관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포스 플린스의 설치 작품 가운데 영구 소장품이 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 |||
보기 | 2012년 2월 23일~2013년 4월 | 엘름그린 & 드라그셋 | 무력한 구조물들, 그림 101 Powerless Structures, Fig. 101 |
흔들목마를 탄 소년의 동상으로 높이는 약 4.1m이다.[16] 트라팔가 광장의 다른 조각상들이 국왕이나 장교를 영웅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영웅시하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17] 작품 공개식에는 배우 조애나 럼리가 참석하였으며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귀여운 존재"라는 평을 남겼다.[16] 젊음과 희망을 상징한 이 작품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기간과 맞물려, 올림픽 취재를 위해 찾아온 전세계 수많은 방송사들에게 소개되었으며 런던 올림픽의 상징으로 부상하기도 하였다. 2013년 철거된 이후로는 애니 오그 오토 데틀레프 재단 (Annie og Otto Detlefs Fond)에서 구입하여 덴마크 이쇠이의 아르켄 현대미술관에 기증, 2015년 말부터 전시되기 시작하였다.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엘름그린은 아르켄 현대미술관에서 머지않은 코펜하겐 태생이기도 하다. 또다른 작가인 드라그셋은 노르웨이 트론헤임 태생으로 이곳에서도 작품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아르켄 현대미술관장 크리스티안 게터는 "작품 공개식을 위해 내셔널 갤러리를 찾았을 때 이 작품의 아이러니와 휴머니즘이 아르켄 시와 완전히 어울린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이 작품은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며, 군주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한 해석을 담고 있다. 동시에 어린아이의 즉흥적인 모습과 사는 것에 대한 장난스런 태도를 높이 사고 있다"고 평했다.[18] | |||
2013년 7월 25일~2015년 2월 17일 | 카타리나 프릿치 | 한/콕 Hahn/Cock | |
4.72m 높이의 푸른색 수탉 조각상으로, 작가 카타리나 프릿치는 수탉이란 소재가 재생과 각성, 힘을 상징한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16] | |||
2015년 3월 5일~2016년 9월 6일 | 한스 하케 | 선물용 말 Gift Horse | |
주인 없는 말의 뼈대를 묘사한 작품으로, 말의 앞발에는 리본 형태의 전자판이 설치되어 런던 증권거래소의 증시현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권력과 돈, 역사의 관계를 완성하고 있다. 작가 한스 하케는 스코틀랜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잉글랜드 화가 조지 스터브스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말 형상 자체는 조지 스터브스의 1766년 판화 <말의 해부> (The Anatomy of the Horse)를 기반으로 하였다.[19] | |||
2016년 9월 29일~2018년 3월 6일[20] | 데이비드 슈링글리 | 아주 좋아 Really Good | |
엄지척을 하는 손 모양의 동상으로 엄지손가락이 길게 늘려져 있다. 엄지 끝까지의 높이는 7m에 달한다. | |||
2018년 3월 28일~2020년 | 마이클 라코비츠 | 보이지 않는 적이란 있을 수 없다 The Invisible Enemy Should Not Exist | |
2015년 테러단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S)의 모술 박물관 공격으로 파괴된 기원전 700년경 니네베의 네르갈문의 라마수 석상을 재현한 작품이다. 작가 마이클 라코비츠는 이라크의 대추야자 꿀 깡통으로 라마수 석상을 재현, 이라크의 대추야자 산업이 파괴되는 문제를 다뤘다.[21][22] | |||
보기 Archived 2022년 4월 12일 - 웨이백 머신[23] | 2020년 7월 30일~2022년 9월 | 헤더 필립슨 | 디 엔드 The End |
체리를 얹은 휘핑 크림에 파리와 드론이 들러붙은 형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드론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좌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촬영하며, 그 영상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다.[21][22][24] | |||
보기[25] | 2022년 9월~2024년 | 샘슨 캄발루 | 영양 Antelope |
1914년 니아살란드 (현 말라위) 태생의 침례교 목사이자 범아프리카주의 운동가였던 존 칠렘브웨와 유럽 선교사 존 콜리의 사진을 동상으로 옮긴 작품. 칠렘브웨가 당시 흑인은 쓸 수 없었던 모자를 항의의 차원에서 쓰고 있는 모습이다. | |||
보기[26] | 2024년 9월 | 테레사 마골스 | 850 임프론타스 850 Improntas |
영국 런던과 전세계 각지의 트랜스젠더 850인의 얼굴을 주물로 뜬 작품이다.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촘판틀리의 형태로 좌대 주변에 배치된다.[27] | |||
2026년 | 차발랄라 셀프 | 푸른 여인 Lady In Blue | |
'전형적인 여성상'을 나타낸 동상으로, 동상 특유의 녹청을 청금석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졌다.[28] | |||
2028년 | 안드라 우르수타 | 무제 Untitled | |
반투명 녹색 레진으로 제작된 기마상으로 알려졌다.[28] |